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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유행했던 ‘죽음에 대한 집착’을 잃어버

                       렸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는 교회의 벽면마다 춤추는 해골을 묘
                       사한 프레스코 벽화가 있었고, 사람들은 책상 위에 사람의 두개골을

                       올려놓았다. 이런 그림과 해골은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의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로 불렸다. 메멘토 모리는 언제든지

                       죽음이 우리를 덮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매체였다. 중세에
                       는 치명적인 전염병, 높은 아동사망률, 폭력이 만연했다. 우리가 그

                       런 것들을 그리워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삶의 유한성에 대한 자각
                       은 거의 끝까지 타들어간 양초 같은 역할을 했는지도 모른다. 메멘

                       토 모리 덕분에 중세 사람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없는 열정을 지니고

                       강렬한 삶을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런 모습은 산업혁명 이전 유럽에
                       서 성행했던 축제에서도 발견된다. 죽음을 연구한 역사학자 필립 아

                       리에스 Philippe  Aries 역시 이렇게 말한다. “중세 말기만큼 사람들이
                       삶을 사랑한 때는 없었다.”      3

                          이와 반대로 현대사회는 우리가 죽음에게서 시선을 돌리게 만
                       든다. 광고는 모든 사람이 영원히 젊게 사는 세상을 창조한다. 우리

                       는 요양원의 노인들에게 애써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마음을 두지 않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병원에서 전
                       선에 뒤덮인 채 죽어 곧바로 관에 들어가기 때문에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던 오래된 관습이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아이들은
                       죽음을 직접 대면할 일이 거의 없다. “당신은 죽음이 두렵습니까?”

                       라는 질문은 TV 토크쇼에서 인기 있는 주제가 아니다. 죽음에 대한





                                        2. 카르페 디엠은 왜 마음을 울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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