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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를 찌를 태세로 공중을 떠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우리 머릿속
에 항상 머문다면 우리의 정신은 그것을 감당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 생각을 묻어버리고, 부정하고, 일상적인 생활의 고민이나
기쁨으로 눈을 돌리거나 종교에서 위안을 구한다. 하지만 이렇게 처
신하는 동안 우리는 존재의 가장 탁월한 묘약을 우리 자신에게서 박
탈하는지도 모른다. 그 묘약은 다름 아닌 죽음의 맛이다. 그 묘약은
커다란 낫을 손에 든 죽음의 신 Grim Reaper (서구문화 전통에는 해골 모
습에 낫을 들고 긴 망토를 입은 죽음의 신이 종종 등장한다–옮긴이)이 우
리를 천국이든, 지옥이든, 망각 속으로든 어디든 데려가기 전에 우
리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최대한 알차게 활용하라는 영감을 주
고 동기를 부여한다.
그래서 우리는 까다로운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죽음의 현실성
을 가까이하되 그것이 우리의 입술을 축이기만 하고 태우진 않게 하
자. 우리는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의 1916년 작품인 〈죽음
과 삶〉에 등장하는 젊은 여성 같은 태도를 취해야 한다. 두 눈을 크
게 뜨고 마음의 동요 없이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해야 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 오직 그 여성만이 죽음과 춤을 추는 용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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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졌다. 어떻게 하면 우리 자신의 유한성을 자각하면서 오늘에 더
충실해질 수 있는가? 죽음을 맛보는 카르페 디엠 사고실험으로 눈
을 돌려보자. 이 흥미로운 사고실험은 무려 2천 년 전에 시작됐다.
우리의 출발점은 가장 널리 알려진(하지만 허점도 가장 많은) 하나
의 사고실험이다. 날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사는 것.
인생은 짧다 카르페 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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