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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안락사와 완화치료 같은 까다로운 주

                 제가 공론의 장에 들어왔으며, 보스턴에서 베이징에 이르는 세계 각
                 국의 대도시에 ‘데스카페 Death  Cafe’가 생겨났다. 데스카페에 모인

                 사람들은 차와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언젠가 맞이할 죽음과 삶의 의
                 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30개가 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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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에서 데스카페 모임이 3천 번 이상 열렸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죽음이라는 화제는 금기시된다. 마치 빅토리아 시대의 섹스처럼.

                    “뉴욕, 파리, 런던에서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입 밖에 내지 않는
                 다. 그 단어는 입술을 태워버리기 때문이다.” 1950년대 멕시코의 시

                 인이자 에세이 작가 옥타비오 파스 Octavio  Paz의 글이다. “반면 멕시

                 코 사람들은 죽음과 친하게 지내고, 죽음에 관한 농담을 하고, 죽음
                 을 애무하고, 죽음과 동침하고, 죽음을 축복한다. 그들에게 죽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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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아끼는 장난감이고 변치 않는 사랑의 대상이다.”  아무리 1950
                 년대라 해도 약간 과장이 섞인 주장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

                 서는 그렇지 않은데 어떤 나라에서는 죽음에 열린 태도를 취한다는
                 점이 대단히 흥미롭다. 멕시코에서는 해마다 ‘죽음의 날’ 축제를 개

                 최한다. 이 축제 기간에 멕시코인들은 가족들의 묘지 앞에서 밤새

                 고인의 명복을 빈다. 아이들은 종이로 만든 해골을 가지고 놀고 사
                 람의 뼈 모양으로 생긴 ‘팡 데 무에르토 Pan  de  Muerto’, 일명 ‘죽음의

                 빵’을 먹는다. 아일랜드 사람들의 장례식이나 뉴올리언스의 재즈 장
                 례식에 가보면 활기찬 분위기와 죽음을 대하는 열린 태도를 발견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의





                                      인생은 짧다 카르페 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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