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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스데번 항구의 절벽 꼭대기에 자리한 아담한 석조 건물
안에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석조 건물은 소용돌이치는 바람과

비에 에워싸여 있으며, 건물 앞에는 매혹적인 간판이 보인다. “로널
드 던컨 Ronald Duncan의 집필용 오두막집. 문이 열려 있습니다.” 이곳

은 잉글랜드 남서부에서 시인이자 극작가로 활동했던 로널드 던컨

이 머무르며 글을 썼던 집이다. 던컨은 벤저민 브리튼 Benjamin Britten
의 오페라 〈루크레티아의 능욕 The Rape of Lucretia〉 대본을 이곳에서

썼다고 한다. 나는 던컨이 그 이전에 머물렀던 웨스트밀 West Mill이라
는 집에 잠자리를 정했다. 이 석조 건물에서 해안을 따라 가파른 내

리막길을 내려가면 바로 웨스트밀이 나온다.
나는 《모든 사람은 섬이다 All Men Are Islands》라는 제목이 붙은

던컨의 자서전을 읽다가 그에게 흥미를 느꼈다. 던컨이 T. S. 엘리엇,

에즈라 파운드 Ezra Pound, 제럴드 브레넌 Gerald Brennan 같은 문인들
과 친하게 교류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모험가적 기질과 삶에 대한

왕성한 의욕 때문이었다. 던컨은 1930년대 초반 케임브리지대학교
를 졸업하자마자 옷가지를 전당포에 맡기고 자신의 몫으로 중고 외

투 한 벌과 모자 하나를 샀다. 그러고는 체스터필드의 돌무더기 사

인생은 짧다 카르페 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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