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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판결에 항의하기 위해 사람들이 잔뜩 모였고, 경찰은 폭력사태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려 90명을 죽였다. 케이건은 다음과 같은 카네티
의 말을 인용한다. “5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날의 사건은 아직도
내 뼛속에 새겨져 있다.”
인간은 익숙함에 관한 감각을 뒤흔드는 것(사건 또는 정보)을 잘 기
억한다. 놀라움은 사람의 기억 속에 뭔가를 새겨 넣을 뿐 아니라, 카네
티의 경우처럼 놀라움의 근원을 탐구하게 만들기도 한다(카네티는 1927
년의 시위를 목격하고 나서 끈질긴 연구 끝에 《군중과 권력》이라는 역작을 집필했
다. 무려 35년간 집필한 이 책은 1981년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다-옮긴이). 인
간은 예상치 못했던 일을 이해하고 싶어 한다. 다시 말하면 호기심은 불
확실성을 해결하려는 인간 고유의 욕구라고 볼 수 있다.
스위스의 저명한 심리학자 장 피아제 Jean Piaget 역시 사람에게는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려는 고유한 욕구가 있다고 생각했다. 피아제의 견해에 따
르면 사람은 세상을 탐험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심지어 4개
월짜리 아기도 자신이 마주치는 사물과 사건을 이해하려 한다. 피아제
의 이론에 따르면 이것은 예상치 못한 사건을 설명하려는 노력의 결과
다. 어린 아이들은 자기 머릿속의 도식에 맞지 않는 사건이나 사물을 접
할 때마다 본능적으로 그 이유를 알아내려고 한다. 피아제와 케이건은
둘 다 벌린과 마찬가지로 호기심을 인간의 본질적인 충동으로 이해했
다. 하지만 피아제와 케이건은 벌린의 개념에 핵심적인 주장 두 가지를
추가했다. 첫째, 그들은 사람의 정신적 욕구가 외부 세계와 연결되는 방
법을 설명했다. 사람은 자신이 예상하지 못했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사
22 호기심의 두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