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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지만, 쥐들이 미로 안에서 뛰어다니는 행동은 다른 동기에 의해 유발

                  될 수도 있으며 다른 요인들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쥐 실험은
                  이른바 ‘호기심’에 대해 알아보는 직접적인 방법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더구나 쥐가 더 많이 뛰어다닌다고 해서 적게 뛰어다니는 쥐보
                  다 호기심이 많다고 볼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짧은 시간에 다수

                  의 물체 또는 영역을 탐색하는 쥐와 한두 가지 물체 또는 영역에서 긴 시

                  간을 보내는 쥐(그래서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적은 쥐)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많은 탐색을 하는 것인지도 애매하다.




                  쥐 실험을 통해 쥐의 ‘경험’을 알아보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면, 사람
                의 탐색 행동을 이해하는 일은 얼마나 어렵겠는가? 생쥐 실험이 적합하

                지 않다는 벌린의 하소연에는 호기심의 중요한 특징이 반영돼 있다. 탐

                색 행동은 그 탐색의 동기를 제공한 감정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사
                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쥐 실험보다 쉬운 면도 있다. 사람은 자신이

                길게 혹은 짧게, 특정한 방법으로 뭔가를 탐색하는 이유를 말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람은 생쥐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존재다.

                  그 차이를 주시하던 벌린은 사람의 호기심에만 있는 무척 중요한 특
                징을 알아냈다. 사람에게는 대부분의 동물이 표현하지 않는 욕구가 하

                나 있었다. 뚜렷한 이유도 없고 실용적인 목적도 없는데 뭔가를 알고 싶
                어 하는 욕구가 그것이다. 벌린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은 인식론적 호기

                심 epistemic curiosity (교육심리학 용어로서, 있는 그대로를 보고 받아들이는 자연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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