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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과 마찬가지로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벌레를 입에 넣은 다음에는
예외 없이 ‘아그작’ 하고 깨물었다. 바스락거리는 그 감촉이 좋았고, 벌
레가 죽기 직전에 입안에서 가볍게 떠는 그 느낌도 좋았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내가 처음으로 자연 세계를 의도적으로 탐색한 경
험이었다. 나는 배가 고팠던 것도 아니고 유달리 잔인한 아이도 아니었
다. 그저 벌레의 등껍질 밑에 뭐가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을 뿐이다. 3살
짜리 아이는 거의 모두 그런 욕구를 느낀다. 가끔도 아니고 하루에 몇
번씩 느낀다. 생애 첫 3년 동안 사람은 뭔가를 알아내고 싶은 욕구에 지
배당한다. 생애 첫 3년이 지난 후에는 어떻게 될까? 초등학생, 청소년, 그
리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성인 친구들을 대충 관찰해봐도 사람
은 나이가 들수록 호기심이 적어진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는가? 과학자
들도 같은 의견이다. 연구 논문들은 아이들이 5살에서 12살에 이르는
시기에 호기심이 사라진다고 말한다. 이것은 문제인가, 아닌가? 사람들
은 성장과 함께 호기심이 줄어드는 것이 애석하긴 하지만 불가피한 일
이라고 여긴다. 연구자들 역시 아이들이 자랄수록 호기심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
다행히 이 책을 읽고 있는 우리는 호기심이야말로 이루 말할 수 없이
귀중한 특징이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인류 문명의 위대한 성취는 모두
호기심에서 비롯됐다. 서구 사회의 기준으로 가장 위대한 세 가지 성취
인 전기, 항생제, 진화론도 그렇다. 뭔가를 알고 싶은 욕구를 동력으로
삼은 사람들은 인류 역사의 위인들만이 아니다. 호기심은 학습의 필수
적인 구성요소다. 우리는 학교를 재미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하고 사람
16 호기심의 두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