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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변하면

                          세상도 변한다





                          이번 학기에 내가 가르친 정치철학 강좌는 강의실을 가득 채운 학생

                        200명의 열기로 무척이나 뜨거웠다. 첫 강의에서 나는 정치는 도덕을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의 궁극적인 관심사는 합리적인 제도를

                        확립하고, 이를 통해 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정의하고 사회의 유한한
                        자원을 공평하게 분배하여 온갖 분쟁의 가능성을 해소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장하는 데 있다. 도
                        덕적 정치 없이 국가에 정당성이 있다고 말할 수 없으며, 사회는 진정

                        으로 안전하다고 할 수 없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동고동락과 상호신
                        뢰의 협력관계가 확립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내 말을 듣고 곤혹스러운 눈빛을 보이는 학생들이 있었다. 정치세계
                        에 정말 도덕이라고 할 만한 게 있단 말인가? 정치세계란 그저 적나라

                        한 권력 쟁탈과 이익 계산만 존재하는 곳 아닌가? 도덕을 말하는 건 위
                        선이거나 어리석은 짓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헛수고다. 위선이라고 하

                        는 자는 도덕은 권력의 포장지에 불과하고, 허위의 이데올로기이며, 순
                        전히 무지한 대중을 기만하는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어리석은 짓

                        이라고 하는 자는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므로, 모든 사람의 행동 동
                        기는 자신의 이익에서 나온다고 본다. 이런 이기적인 존재와 도덕을

                        논하는 것은 좋게 말하면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순진하
                        고 무지한 행동인 것이다. 헛수고라고 하는 자는 설사 우리가 도덕을






                                                                  Part 1 정치와 도덕의 공존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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