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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최고의 규칙은 헌법이며, 헌법으로 사회의 기본 제도를 정의한다.
                    이런 제도에 구속력이 있으려면 강제적인 힘이 이를 지탱해줘야 한다.

                    그래서 국가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바로 국가 자신이 통치하는 범위
                    안에서 법률을 제정하고 집행할 권리를 가지며, 독점적으로 무력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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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할 권리를 갖는다는 점이다.
                      여기서 정치가 권력을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제도를 유

                    지하려면 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정부적 자연 상태는 가장 자유
                    로운 상태가 아니라,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고 무법천지에 비합리가 판

                    치는 전쟁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자신의 이익 보장이라는 시
                    각에서 봐도 우리는 제도의 필요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정치가

                    적나라한 권력 그 자체일 수는 없다. 정치란 바로 제도를 통해 질서를
                    세우고 폭력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에서 탈피하는 것이기 때문이

                    다. 이런 까닭에 정치의 핵심 문제는 어떻게 권력을 얻고 행사하느냐
                    가 아니라 권력이 어떻게 정당성을 획득하느냐다. 다시 말해, 우리에게

                    는 제도가 필요한데, 그 제도는 공평하고 공정해야 하며, 권력을 행사
                    하는 사람을 합리적으로 위임받은 권한에 따라 감시할 수 있도록 확실

                    히 보장해야 한다.




                    2 국가에 대한 이런 정의는 다음을 참고하였다. Max Weber, “Politics as a Vocation,”
                     From Max Weber : Essays in Sociology, ed. H. H. Gerth and C. Wright Mills (London:
                     Routledge, 1991), p.78. 하지만 베버가 특별히 도덕적 관점에서 무엇이 권력의 정당
                     성을 구성하는 기초인가에 대해 고려하지는 않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베버는
                     피통치자가 통치자의 통치 권위를 신뢰하기만 하면 정당성의 문제는 바로 해결된
                     다고 보았다. 사람들이 신뢰하는 이유 자체가 도덕적 요구에 맞는지는 전혀 베버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이 점에서 베버와 나는 생각이 크게 다르다. 나는 정당성이 규
                     범적인 개념인 이상, 그 배후의 이유도 반드시(또는 어떤 방식으로든) 규범적이어
                     야 한다고 생각한다.




                32  국가의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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