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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계몽운동 이래 자유와 평등, 민주와 인권 같은 개념들은 수
                    많은 사회의 정치변혁을 이끈 중요한 동력이었다. 셋째, 이러한 이념에

                    근거해 행동한다는 것은 인간이 그저 이기주의자가 아니라 타인과 합
                    리적으로 함께 살고자 하는 능력과 바람을 가졌음을 보여준다. 우리의

                    일상생활을 관찰해보자. 비합리적인 제도에 맞서 이를 사상적으로 비
                    판하고 행동으로 저항하는 것은 우리가 이미 정치도덕적 사고와 실천

                    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자신을 성찰능력을 갖춘 도덕적 주체
                    로 보고, 우리를 규정하는 제도의 가치를 평가하고자 한다. 심지어 인

                    간은 도덕적 관점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도덕적 관점
                    은 가장 깊은 의미에서 우리의 정체성에 영향을 끼치고, 우리가 세계

                    를 보는 방식과 우리가 어떻게 타인과 평화롭게 공존할지를 규정한다.
                      그러므로 만약 누군가 도덕과 정치를 나누고 정치를 단순한 권력과

                    이익의 쟁탈로 환원해버린다면, 이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인간을 폄하하고 정치를 비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관점이 자명한

                    사실로 여겨지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이를 받아들이면, 무서운 자기
                    예언이 실현될 수도 있다. 도덕이 정치의 장에서 물러나고, 사람들 모

                    두가 정치에는 옳고 그름이 없고 맞고 틀림이 없다고 여기며, 도덕적
                    관점이 공공생활에서 점차 힘을 잃는 대신 이기주의와 무관심, 냉소가

                    정치를 대하는 보편적인 태도로 자리잡는다. 결과적으로 인심은 날로
                    흉흉해지고 권력은 날이 갈수록 부패하며, 정치공동체를 묶어주는 도

                    덕적 연대는 나날이 붕괴하여 사람들은 더는 정치가 개선될 수 있다는
                    그 어떤 자신감도 느끼지 못하고, 자신에게 정치 참여의 권리와 의무

                    가 있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마지막에는 바로 맨 처음 예언했던 폭
                    력과 기만이 남는다.





                30  국가의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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