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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외의 대가: ‘거짓 자기’


                       학대, 방임, 그 외의 외상 경험이 있는 생존자들은 종종 자신이 구획

                       화되면서 더 잘 지낸다고 보고하지만 이내 기만이나 ‘척’하는 느낌
                       으로 고통받는다. 성격의 각 측면이 동등한 ‘실체’이자 진화론적 관

                       점에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내담자는 압도적인 고통 앞에
                       서도 끈기 있게 ‘한 발짝씩 발걸음을 내딛는’ 또는 ‘계속해서 나아

                       가는’ ‘정상적 삶을 살아가는 자기 normal life self’의 경험보다도 ‘내가
                       아닌’ 어린아이의 강렬하고 손에 만져질 듯한 감정기억이 더 ‘진짜’

                       라고 오해한다. 이러한 모순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는 모델이
                       없다면, 자신들의 강렬한 감정과 왜곡된 인식이 내적 결함이나 가면
                       뒤에 가려진 기만의 증거가 아니라 조각남, 곧 파편화fragmentation의

                       증거라는 것을 알 길이 없다.
                        대다수 사람은 자기소외가 계속되면 자기혐오의 증가, 감정과의

                       단절, 중독이나 자기파괴적 행동, 그리고 취약성-통제, 사랑-증오,
                       친밀감-거리두기, 수치심-자신감 사이의 내적 투쟁이라는 대가를
                       치른다. 사랑받고, 안전하고, 환영받기를 갈망하는 동안 외상을 입

                       은 많은 내담자는 초조해하며 매달리기와 타인 밀어내기, 자신을 미
                       워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결점을 참아주지 못하는 것, 봐주기를 갈

                       망하는 것과 숨기를 갈망하는 것 사이를 오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런 사람들은 몇 년 뒤 불안, 만성 우울증, 낮은 자존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삶,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양극성장애, 경계선성
                       격장애, 심지어 해리장애 같은 증상과 함께 치료실에 온다. 그들의

                       증상이 단지 외상사건만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애착외상을 반영하
                       는 내적 애착장애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면,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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