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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는 늘 의견을 내놓으면서도 똑 부러지게 말하지 않았
            고 본심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유대의 원칙



            이 도시에 이사한 첫해에 우리는 라비를 만났다. 마누와 내
            가 서로에게서 알아봤던 공통점이 라비에게도 있었다. 개방

            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경계하는 태도, 삶의 규칙을 정하고
            싶은 욕망 하지만 정작 그 규칙이 무엇이어야 할지 잘 모르

            는 점까지.
              한동안 라비는 이 도시에서 우리의 유일한 친구였고 우리
            에게는 그 정도가 딱 좋았다. 우린 며칠에 한 번씩 만나 별로

            하는 일 없이 몇 시간을 함께 보냈다. 강가에 앉아 땅콩을 까
            먹기도 했고, 도시 구석구석을 걸어 다니며 살고 싶은 집을

            고르기도 했고, 광장에서 와인 한 병을 마시며 노닥거리기도
            했다. 라비와 마누는 코미디 상황극의 설정 짜는 걸 좋아했

            다. 라비와 나는 사람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특성이나 어떻게
            해야 재미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지 같은 주제로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다.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알기는 쉽지
            않다는 데 우린 동의했다. 많은 것이 겉으로는 매력적으로 보
            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답답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라비는 고등학생 과외를 했고, 지구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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