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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큐멘터리 감독이라고 말할 때마다 사람들은 언론
               인 비슷하게 생각하며 내가 어떤 주제를 깊이 파헤치기 좋아

               할 거라고 짐작했다. 몇 년 전 처음 촬영을 시작했을 때는 그
               런 동기가 없었다. 당시 난 부모님과 조부모님, 동네 풍경, 늦

               은 밤의 대화를 촬영했다. 그저 뭔가를 찍고 싶었을 뿐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결과물이 어떨지, 오랫동안 촬영한 영상을

               어떻게 활용할지, 그걸로 어떤 작품을 만들지 걱정하지 않았
               다. 난 마누에게 보여주려고 이런저런 영상들을 모았고, 우

               리 둘만 이해할 수 있는 유머와 논리로 장면들을 엮어갔다.
               그 결과 우리 엄마에 관한, 아니 엄마의 옷장에 관한 다큐멘

               터리가 완성되었다. 내가 자란 마을의 구멍가게 주인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있었다. 하루 종일 가게에 앉아 있는 주인 아
               저씨를 그의 아버지 시점으로 촬영한 다큐멘터리였다. 초기

               에 찍은 다큐멘터리는 다른 사람의 작품처럼 느껴지기에 객
               관적으로 좋다고 말할 수 있었다. 기쁨이 넘치며 순수했다.

               이후에 영상 작업을 할 때는 잘 모르는 나라들로 여행을 다
               녔다. 난민 아이들을 위한 학교, 이민 온 여성들이 버스에서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를 촬영했다. 가끔은 다큐멘터리 만드
               는 일이 피사체에 공감하고 피사체에 대해 배워가는 과정이

               라고 믿었다. 하지만 또 가끔은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그렇게
               믿고 싶어 할 뿐이라는 냉소적인 생각도 들었다. 필요한 촬
               영 분량을 확보하자마자 피사체를 곧바로 떠나버리니까. 어

               쨌든 내가 만든 다큐멘터리는 사회 비판적 의미를 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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