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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마누는 도시 반대쪽에 있는 비영리 단체에 출근하려고 일찍
            집을 나섰다. 마누가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난 커피를 내렸

            고 파자마 차림으로 함께 식탁에 앉았다. 서로 마주 보며 식
            탁에 앉는 것은 일종의 의식이었다. 우리 삶에는 의식이라 할

            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의미가 있는 의식이든 아니면 적어도
            전통이나 국가, 종교와 같은 역사적 배경이 담긴 의식이든. 그

            래서 이런 사소한 일상이 중요했다. 난 아침이면 꼭 마누와 함
            께 식탁에 앉곤 했다.

              마누가 집을 나서기 전, 현관에서 키스했다.
              좋아, 나 이제 신발 신었어. 마누가 말했다.
              마누가 나간 뒤에는 소파에 앉아 책을 읽었다. 커피가 떨어

            져서 차를 끓였다.
              난 최근에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지원금을 받았다. 지원

            금 사용 조건이 유연해서 다큐멘터리 제작이 아닌 용도로 사
            용할 수 있었다. 덕분에 앞으로 1년 동안은 집세를 걱정할 필

            요가 없게 됐다. 집세로 나갈 돈을 모으면 작은 집 계약금 정
            도는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지원금 말고도 돈이 약간 더 있

            는데 양가 부모님의 결혼 선물이었다. 비록 부모님들 수입이
            넉넉지 않았고 고국의 화폐 가치는 계속 떨어졌지만. 그래도
            그분들은 우릴 돕는 걸 의무로 여겼다. 오히려 더 많이 줄 수

            없어서 슬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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