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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다. 빨간 래커로 칠한 외관과 내부에는 대리석 테이블이 있
               는 카페였다. 아까 그 집에 살게 된다면 점심을 먹거나 밤늦

               게 술을 마시려고 이 카페에 자주 오게 될 거라고, 직원들과
               도 이름을 알 정도로 친해질 거라고 우린 말했다. 다소 낯선

               상상이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마치 우리 것이 아닌 아주 비
               싼 옷을 입은 것처럼.

                 그 집을 본 지 며칠 후 동네 술집에서 친구 라비를 만났다.
               우리는 항상 가볍게 한잔하자며 만나지만 결국에는 양파튀김

               과 고구마튀김, 튀긴 모차렐라 스틱이 나오는 모둠 요리를 시
               켰고 몇 시간 뒤에는 늘 속이 더부룩했다.

                 라거 맥주를 마시며 라비에게 부동산 웹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 속 집은 실제보다 더 박물관 같은
               분위기였다.

                 마누의 핸드폰을 넘겨받은 라비는 사진에서 리딩 누크(책
               을 읽을 수 있도록 꾸며둔 창문 앞 공간-옮긴이)를 보더니 창문을 확대

               했다.
                 와, 멋진데. 영국 왕립 해군 선박에서 볼 법한 창문이야. 라

               비가 말했다.
                 그러더니 손님을 잘 초대하지 않고 자녀가 없는 커플에게

               이상적인 것 같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그건 너희들이 결정할
               문제지만.
                 그래서 너도 이 집이 마음에 들어? 내가 물었다.

                 당연하지. 멋지긴 하잖아. 딱 거기까지야. 라비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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