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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을 사긴 했지만 몇 주 만에 시들어버렸다. 그러면 꽃이 활
            짝 피고 이파리가 싱싱한 다른 화분으로 대체했다. 매번 그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기를 순진하게 바라면서.
              할머니에게 뭘 심어야 할지 물었더니 할머니는 핸드폰 액

            정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엄마가 최근에 스마트폰을 사준
            덕분에 할머니는 나와 영상통화를 했다. 엄마와 내가 영상통

            화를 할 때마다 화면 안으로 얼굴을 들이밀 필요가 없었다.
            난 할머니가 제라늄이나 장미를 말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파

            슬리, 오레가노, 차이브를 심으라고 했다.
              그러더니 허브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 조합을 나열했다.

            차이브와 치즈, 파슬리와 호두, 오레가노와 토마토. 토마토와
            차이브와 치즈.
              마노도 좋아할 거다.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는 종종 마누

            를 다른 이름으로 불렀고 난 굳이 바로잡지 않았다.
              또 무슨 일이 있었니? 할머니가 물었다. 난 새로운 다큐멘

            터리의 주제를 좀 더 구체화하고 있으며 지난 주말 공원에 소
            풍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일상은 이야기하기 힘든 주제예요.

            내가 말했다.
              일상 같은 소리. 그런 건 아무도 관심 없어. 할머니가 말했다.

              다큐멘터리에는 반드시 역사적 사건이 들어가야 해. 할머
            니는 말을 이었다. 로마 시대에 있었던 사건 같은 거. 그래야
            새로운 사실을 배울 수 있잖니.

              정서적으로 새로운 경험도 가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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