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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살든 변화를 요구받으리라는 사실을 늘 알고 있었
다. 우리가 안심할 곳은 어디에도 없었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깊은 잠처럼 편안하게 느껴질 언어도 없었다. 떠도는 삶
에서 비롯되는 더 큰 문제들은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이
를테면 죽은 뒤에 어디에 묻힐지, 나이 들면서 기억의 저장
고가 조금씩 깎여나갈 때 어떤 언어의 어떤 단어를 잊어버
리게 될지.
현지인
레나는 이 도시에서 내 유일한 현지인 친구였다. 마누와 나는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우리처럼 다 외국인이라는 사실이 약
간 부끄러웠다. 그 사실이 우리에 대한 평가라도 된다는 듯.
활기찬 광장에 있을 때면 즐거운 세상이 우리를 비켜 가는 느
낌이 들었다. 광장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전부 아는 사이도
아닌데 말이다. 두세 명씩 모여 있는 그들은 우리보다 더 정당
한 자격으로 그곳에 있는 듯했다.
샤론이라는 여자의 생일 기념 소풍에서 레나를 처음 만났
다. 샤론과 그녀의 남편 폴은 매달 이 도시에 사는 외국인들
의 모임을 열었다. 난 이 모임에 마누 없이 주로 혼자 갔다. 마
누는 이런 모임에서 억지로 우정을 쌓는 걸 싫어했다. 샤론은
종종 이 도시에 불만을 표시했다. 사람들의 속물근성이며 외
22 Ayşegül Sava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