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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가면
레나는 진정한 현지인 같았고 나는 그 점이 부러웠다. 레나
는 여러 동네에서 가게 주인들과 아는 사이였고, 날 데려간 여
러 식당과 바에서는 웨이터나 바텐더를 이름으로 불렀다. 그
들과 유쾌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밀고 당기기를 잘했다. 내가
이 도시에서 겪는 문제가 그거였다. 난 도시와 가볍게 소통할
줄 몰랐다. 매달리는 연인처럼 너무 간절하고 너무 성급했다.
반면 레나는 이곳을 답답해했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상
상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걸핏하면 곧 다른 도시로 떠
날 거라고 했다.
여기만 아니면 어디든 좋아. 레나는 그렇게 말했고 나는 하
나뿐인 현지인 친구를 잃을까 걱정되었다. 하지만 레나는 카
페에서 일하며 계속 이 도시에 살았다. 레나는 일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했지만 나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도시의 일
상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고 현지인의 정체성을 완벽히 대변
한다는 점에서. 난 매주 레나의 근무가 끝날 무렵에 그녀를
데리러 갔다. 그다음에는 주로 레나가 선택한 전시회를 보러
갔다. 레나는 종일 뜨거운 음료와 페이스트리만 날랐다는 사
실에 늘 분개했다. 나는 투덜대면서도 삶에 대한 애착을 놓지
않는 그녀의 태도가 존경스러웠다.
레나에게 우리가 집을 알아보는 중이라는 말은 아직 하지
않았다. 우릴 놀릴 것 같아서였다. 레나는 지극히 평범하다고
The Anthropologists 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