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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비록 최근에는 고국을 떠난 뒤 40년간 사용해온 언어를
더듬거리기 시작했지만.
친해지기 전까지 테레자는 늘 우리 집 초인종을 누를 핑곗
거리를 찾곤 했다. 한번은 안뜰에서 공사를 시작하니 자전거
를 옮겨야 한다고 알려주었고, 또 한번은 주말에 손주를 보러
가는데 냉장고에 있는 과일이 상할 테니 우리에게 먹겠냐고 묻
기도 했다. 우리는 좋다고 했다. 그 후 테레자는 매주 한 번씩
핑계가 있든 없든 우리 집 초인종을 눌렀고 우리는 그녀를 초
대해 함께 차를 마셨다.
테레자는 체구가 아주 작아서 볼 때마다 놀랄 정도였다. 마
치 동화에서 튀어나온 듯했다. 밝은 푸른색 눈동자에 예상치
못한 조합의 무대 의상 같은 옷을 입고 다녔다. 캔버스와 실
크, 벨벳과 비즈 같은 조합이었다. 처음에는 테레자의 그런 옷
차림을 괴짜 같은 기질이나 예술적 감성의 표현으로 여겼지
만, 사실 테레자는 그저 아이처럼 순수한 사람으로 삶을 만
끽할 뿐이었다.
테레자의 딸은 남편, 아이들과 함께 도시 외곽에 살았다.
딸의 가족은 잘 찾아오지 않았고 테레자는 초대를 받을 때만
딸네 집에 갔다. 주로 명절, 생일, 새해에.
난 테레자가 올 경우를 대비해 맛있는 쿠키 한 상자와 잎
차를 사두는 습관이 생겼다. 마누와 내가 평소에는 절대 사
지 않는 간식거리였다. 테레자의 시각에서 보면 우리 집은 틀
림없이 어수선해 보이리라. 테레자의 집은 품격이 있었고 진
32 Ayşegül Sava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