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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왔다. 테레자의 집을 처음 방문했을 때 마누와 난 약간 경
직되어 있었고, 손발을 어디에 둬야 할지 찻잔을 어떻게 잡아
야 할지도 신경 썼다. 하지만 이내 긴장이 풀려서 소파에 발
을 올려놓았고 직접 부엌에서 음식을 가져다 먹었다. 우린 테
레자가 예의범절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대화였다. 마누와 나는 손님맞이용 접
시 세트나 유리잔 세트는 없었지만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눴고,
테레자는 그런 삶이야말로 진정으로 부유한 삶이라고 생각
했다. 그녀는 우리의 친구에 대해, 음악과 시에 대해, 마누와
내 고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정치 상황에 대
해서는 들어도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했고 그저 상황이 그다
지 밝지 않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그게 테레자의 일관된
태도였다. 젊은 시절 잠시 희망을 품었던 시기가 지난 후부터
그녀는 세상이 암흑기에 접어들었다고 믿었다.
우리가 갈 때마다 테레자는 거의 매번 대학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동기들과 일렬로 서서 군인들이 인문대학에 들
어오지 못하게 막은 사건이었다. 말하는 동안 그녀는 음식에
손도 대지 않았고, 때로는 조급하게 말했으며, 식사 시간 동
안 가능한 많은 것을 전해주려고 했다. 어느 순간 우리는 차
를 마시던 사이에서 함께 저녁을 먹는 사이로 바뀌었고 우리
셋 모두 이런 변화와 새로 맺은 친분에 기뻐했다.
테레자는 요리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격식을 중요시하던 세
대답게 품격을 갖춘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식탁에는 빵과 버
34 Ayşegül Sava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