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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는 듯이 욕실로 들어가버렸다.
마누는 종종 형과 어릴 때 했던 일, 함께 좋아하고 싫어
했던 것, 함께 했던 모험을 이야기해주곤 했다. 대학에 다
닐 때는 자신이 목격한 온갖 새롭고 신기한 일을 형에게 전
부 전해주었다. 그의 마음은 여전히 고향에 뿌리내리고 있
었다. 마누와 내가 졸업하고 우리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만
들어나갈 무렵 그의 형은 결혼을 했고 몇 년에 걸쳐 세 아
이를 낳았다.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길을 걸어가며 완전히 갈라지게 되
었다. 오랜 시간이 쌓여 그렇게 되었으나 마치 순식간의 일처
럼 보였다. 마누의 형은 우리가 사는 도시에 와본 적이 없었
다. 그에게는 그럴 시간도, 경제적 여유도 없었다. 앞으로도
형이 올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였는데도 마누는 형에게 자
신이 겪은 일을 들려주며 늘 이렇게 덧붙였다. 형도 와서 보
면 알 거야.
마누의 고향을 방문했을 때 우린 형네 가족과 함께 시간
을 보냈다. 조카들과 몇 시간 동안 놀아주고 선물도 주었지
만 늘 우리가 뭔가를 숨긴다는 죄책감을 느꼈다. 우리의 삶
이 그들과 얼마나 다른지 감추려는 데서 비롯된 죄책감이었
다. 형과 통화할 때 마누의 말투에서 들렸던 긴장감은 노력이
기도 했다. 여전히 형제의 학창 시절 추억과 서사의 일부로 보
이려는 노력.
36 Ayşegül Sava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