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P. 22
지나가는 친구들을 불러 세웠다. 모스크 입구에는 키가 작고
이마에 주름이 깊게 팬 남자가 저녁 기도를 하러 온 신도들
을 맞이하고 있었다.
개조된 공장의 정문으로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
다. 벽에는 담쟁이덩굴이 무성하게 자랐고, 각 로프트에 딸린
외부 공간은 테라코타 화분과 원형 테이블로 구분해 두었다.
우리가 둘러본 로프트의 주인은 세 아이를 둔 부부인데 집에
있는 장난감은 모두 나무로 만든 것뿐이었다. 가족 구성원마
다 자기 자전거가 있었고 자전거들을 한쪽 벽에 나란히 기대
세워놓았다. 그것마저도 이 집의 활기차고 어수선한 분위기의
일부였고 그 안에서 정서적 안정과 배려가 느껴졌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마침 가족이 다 함께 요리하는 중이었다. 아이
들은 스툴에 올라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재료를 다지고 껍질
을 벗겼다. 이 장면이 우리의 방문에 맞춰 연출된 것인지 의
심스러웠으나 다들 너무 즐거워 보였고 우리를 따뜻하게 맞
아주었다.
로프트는 아주 널찍해서 우리의 루틴을 바꾸지 않고도 손
님을 맞이할 수 있을 듯했다. 지금은 양가 식구들이 우리 집
에 며칠밖에 묵지 못했고, 더 오래 있으면 부담이 된다는 걸
우리는 분명히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가족에게 그렇게 선
을 긋는 게 부끄러웠다. 가족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우리 집
에 머물 수 있는 미래를 상상했다. 예전 고향에서 친척들이
몇 주 심지어 몇 달씩 머물렀을 때처럼.
The Anthropologists 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