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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한 접시. 옆에서 화를 내거나 빈정거리는 마누와 라비가 없
            어서 다행이었다. 두 사람은 이 파티가 가식적이며 돈과 취향

            을 자랑하는 쇼라고 말할 터였다.
              레나는 주머니에 양손을 넣은 채 테이블 옆에 서서 음식을

            훑어보고 있었다. 키가 컸고 눈에 띌 정도로 멋졌으며 체격보
            다 조금 큰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 레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데 그녀가 날 돌아보며 말을 걸었다.
              굴과 빵이 있는 정물화 같네요.

              의식을 치르려고 모인 호모 사피엔스들이죠. 내가 대꾸했다.
              내 억양이나 잘못된 동사 활용을 듣고 종종 영어로 바꿔 말

            하는 다른 현지인들과 달리 레나는 그냥 현지어로만 말했다.
              우리는 파티 내내 둘이서만 이야기를 나눴다. 둘 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다른

            참석자들이 서로 어떤 관계인지 파악하려고 애썼다. 레나는
            어쩌다 보니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생일 파티에 오게 되었다

            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파티에 초대받은 지인을 따라왔는데
            정작 그는 레나를 버린 채 친한 친구들에게 가버렸다고 했다.

            하지만 레나가 상황을 어찌나 쾌활하게 말하던지 난 그녀의
            이런 솔직한 태도에 반해버렸다.

              파티가 끝나자 레나가 핸드폰을 내밀었고 난 내 번호를 입
            력했다. 집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레나에게서 며칠 뒤에 다시
            만나자는 문자를 받았다. 마침내 도시에서의 삶이 자리를 잡

            아가는 듯해서 행복했다. 하지만 그 파티 이후로 1년이 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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