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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요점을 흐리지 마라. 우린 너한테 대륙의 이름을
지어줬는데 넌 고작 공원이나 찍고 있구나. 할머니가 말했다.
난 웅얼거리며 할머니의 말에 동의했다. 할머니가 날 이상
하다고 생각하는 건 싫었기 때문이다. 내게는 가족들이 날
이상해졌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늘 내재했다.
주제를 바꿔 책상에 할머니 사진을 놓아두었다고 말했다.
나무 아래서 책을 읽는 할머니의 사진이었다.
그때 난 열여섯이었지. 할머니가 말했다. 우리 반에서 내가
글을 제일 잘 썼어. 나처럼 에세이를 잘 쓰는 사람은 없었단
다. 또 노래를 잘해서 상도 받았고.
할머니는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에는 인생을 허비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도시
마누와 난 예전에 다른 곳에서도 살아보았다. 하지만 이 도
시에는 어딘가 우리가 삶에서 원했던 분위기와 조화로운 생
활 환경이 있었다. 이 도시의 시간은 우리의 삶과 같은 박자
로 흘러갔다. 우리는 이곳의 색감과 경계선, 장식, 동네 구성
에 감탄했다. 아직 이 도시가 익숙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
저 익숙해지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서 우린 이 도시의 방식
을 받아들였다.
The Anthropologists 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