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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삶의 방식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나는 시간을 들여야만 진면목을 알
            수 있는 장소, 외부인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장소를 후보

            로 떠올렸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공동묘지도 후보였는데 우리는 초저녁

            에 그곳을 산책하며 눈길을 끄는 이름이나 묘비 주인에게 친
            근감을 느꼈다. 시시각각 상태가 변하는 시내버스 역시 후보

            였다. 버스는 한가로운 오후에는 텅 비었고 저녁에는 바글거
            렸으며 늦은 밤에는 취객들이 들어차 있었다. 하지만 결국에

            는 우리 집 북쪽에 있는 공원을 촬영하기로 결정했다. 라비
            가 소개해준 공원이었다. 그 공원은 이 도시의 다른 지역과
            는 분위기가 달랐다. 더 여유로웠고, 아마도 더 따뜻하게 맞

            아주는 느낌이었으리라. 다른 곳에는 이 도시에 속해 있다
            는 느낌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듯한 위태로움이 존재했다. 라

            비도 그걸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라비는 그런 감정을 드러내
            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이 약해 보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

            기 때문이다.
              공원을 찍기로 결정한 며칠 뒤에 라비와 마누, 나는 그곳

            으로 소풍을 갔다. 날씨는 아직 더웠다. 9월치고는 너무 더운
            날씨였다. 이런 기후 변화를 좋아해야 할지 걱정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우린 감자칩과 맥주를 샀고 공과 담요, 책을 챙겼

            다. 그러고는 종일 잔디밭에 늘어져 있었다. 그렇게 몇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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