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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붙이 하나 없이 혼자가 된 잔은 마음이 얼어붙었고
                     세상의 거친 파도 속을 필사적으로 헤쳐 왔다.

                       그런데 하필이면 가보가 기독교인들이 귀하게 여기

                     는 물건이라니. 점점 더 화가 솟구쳤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 남자는 ‘아주 가치 있는

                     물건’이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즉, 이 남자는 이 돌을 간
                     절하게 원한다는 뜻이다. 거래를 잘하면 꽤 큰 돈을 손

                     에 넣을지도 모른다.
                       잔은 입술을 깨물면서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남자는 금방 잔의 마음을 읽어 낸 것 같았다. 잔이 무

                     슨 말을 입에 올리기도 전에 먼저 말을 꺼냈다.
                       “네, 저는 그 십자석을 꼭 갖고 싶습니다. 원하신다면

                     당신이 필요한 만큼 돈을 내어 드리지요. 원하시는 금
                     액을 말씀해 주십시오.”

                       잔은 당장 밀린 집세만큼의 액수를 제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불쑥 튀어나오려는 말을 아슬아슬하게 삼켰다.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런 돌멩이를 누가 돈 주고 사겠어? 모처럼 산다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가능한 한 비싸게 팔아야지.’







                                                         십자석 — 수호석의 기억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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