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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졸음이 밀려들었고, 어느새 잔
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잔은 물살이 빠른 강가에 서 있었다. 손에
는 집안의 가보라고 하는 십자석을 쥐고 있었다. 잔은
꺼림칙한 생각이 들어서 돌을 강물에 던지려고 했다.
“안 돼!”
어린아이가 외치는 소리에 잔은 뒤를 돌아보았다.
처음 본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하얀 원피스 차림에
머리카락이 까맣고 귀엽게 생긴 여자아이였다. 다섯 살
쯤 되어 보이는데 피부는 아름다운 갈색이고, 눈은 회
색이 섞인 녹색이었다.
‘우리 할아버지 눈동자 색이랑 똑같네.’
잔은 할아버지의 눈동자를 떠올리면서 여자아이에
게 말을 건넸다.
“응? 방금 뭐라고 했어?”
“그 돌을 버리지 말라고! 그럼 안 돼! 버리지 마.”
여자아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이건 필요 없는 물건이야. 나한테는 전혀 필요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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