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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에다 번쩍거리는 가죽 구두를 신은 남자의 차림새는
                     숲속과 어울리지 않았다. 마치 음악회나 미술 전시회에

                     가야 할 것 같은 차림새다.

                       ‘어떻게 양복과 신발을 더럽히지 않고 이 깊은 숲속
                     까지 왔을까? 아니, 그보다 왜 오두막집에 들어온 거지?

                     저 사람은 대체 누구야? 신사처럼 말쑥하게 차려입었지
                     만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지?’

                       온갖 의문과 경계하는 마음이 잔의 머릿속에 맴돌았
                     다. 잔은 점점 핏기가 가시면서 얼굴이 창백해졌다.

                       남자는 낯빛이 새하얘진 잔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그

                     저 정중하게 머리 숙여 인사하고, 함부로 오두막집에
                     들어온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 목소리가 온화하고 다

                     정해서 나쁜 마음 따위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마음을 조금 내려놓은 잔이 마침내 물었다.

                       “누구시죠? 용건이 없으면 나가 주세요.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오다니, 무례하시군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용건이 있습니다. 방금 당신이
                     내던지려고 했던 그 돌이, 바로 제 용건입니다.”

                       “이, 이거요?”







                                                         십자석 — 수호석의 기억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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