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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너는 하느님을 안 믿으니까. 하지만 너희 집안
은 줄곧 하느님을 믿어 왔어. 네 조상들의 기도와 감사
가 그 돌에 깃들어 있어. 돌도 자기를 애지중지해 온 집
안의 후손인 너를 어여삐 여기고 있어. 그러니까 버리
지 말아 줘. 그 돌이 반드시 너를 지켜 줄 테니까.”
어린아이가 할 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어
른스러운 대답이었다.
‘이 아이는 누구지? 어린애가 저런 말을 다 하다니,
평범한 아이는 아닌 것 같은데……. 게다가 왠지 친근
한 느낌이 들어, 아주 많이…….’
어리둥절해하는 잔에게 여자아이가 작은 손을 내밀
며 속삭였다.
“우리 같이 지켜보자. 이 돌이 어떻게 네 집안의 수호
석이 되었는지. 돌이 모든 걸 보여 줄 거야. 왜냐하면 전
부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잔은 자기도 모르게 여자아이 손을 잡아 버렸다. 신
기하게도 작고 말랑한 손에서 따뜻함과 사랑스러움이
느껴졌다.
“그런데 네 이름이…….”
십자석 — 수호석의 기억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