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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에 대해 적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펼쳤을 때 첫 문장이 불안한 마음을

           달래준다면 무엇이든 가져와 읽었다. 꽁꽁 언 마음을 녹이는 책이라면

           무엇이든 집으로 가져간 것이다. 나보코프가 “등골이 오싹해지는지”를
           기준으로 책의 가치를 따졌던 것과 비슷하다. 솔 벨로              Saul Bellow , 에드거 로

           런스 닥터로    Edgar Lawrence Doctorow , 어니스트 헤밍웨이 Ernest Hemingway , 윌리엄

           스타이런   William Styron , 존 업다이크 John Updike 의 작품들이 스미스의 독서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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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록에 올랐다.  마음을 끄는 문장이 담긴 책은 고스란히 서가에 남았다
           (존 치버  John Cheever , 돈 드릴로 Don DeLillo , 윌리엄 포크너 William Faulkner , 윌리엄

           가디스   William Gaddis , 헨리 제임스 Henry James , 플래너리 오코너 Flannery O’Connor ,

           토머스 핀천 2세    Thomas Pynchon Jr. 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필립 로스

           Philip Roth 가 소설에서 자신의 분신 네이선 주커먼을 찾았듯 스미스는 이렇

           게 스스로를 치료한 덕에 자신의 분신을 찾았을 뿐 아니라 진단받는 데
           도 도움을 얻었다.

               임상심리학자 케이 레드필드 제이미슨            Kay Redfield Jamison 의 회고록 《조

           울병,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        An Unquiet Mind 》의 원제인 “요동치는 마음”은
           양극성장애의 어두운 일면을 보여준다. 조증 삽화가 최고조에 이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필연적으로 우울증 삽화가 뒤따르면 읽

           기 같은 간단한 일도 할 수 없게 된다. 우울장애 환자와 마찬가지로 집중

           력 저하도 겪었다. “똑같은 구절을 반복해서 읽다가 문득 방금 읽은 내용

           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곤 했다. 시집이든 뭐든 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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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든 책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제이미슨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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