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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단어가 너무 강한 자극을 유발하는 바람에 자신의 책에서조차 그 단
어를 쓸 수 없었다. 특정 단어에 열광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었다. 안토네
타는 ‘부드러운’ ‘무성한’ 같은 단어에 꽂히면 계속 읽어나가지 못했다.
활자 때문에 발작을 겪은 경우에도 책을 멀리하게 된다. 안면근경
련이나 턱 떨림 같은 증상이 나타난 뒤에도 계속 책을 읽으면 심한 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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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어나거나 의식을 잃을 수 있다. 빅토리아시대 대학자인 허버트
스펜서 Herbert Spencer 도 이런 독서간질 reading epilepsy (epilepsy는 간질이 아닌 뇌
전증으로 옮겼지만 독서간질의 경우 뚜렷한 대체어가 없어 ‘간질’ 그대로 표기했
다‐옮긴이)을 겪었다. 그는 1855년에 출간한 《심리학의 원리 The Principles of
Psychology 》 집필을 마무리하는 동안 머리에서 불쾌한 감각을 느꼈다. 그는
《자서전 Autobiography 》에서 “아침에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머리에
통증도 열도 무거움도 긴장도 아니고, 견딜 만은 하지만 뭔가 이상한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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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을 느꼈다”고 썼다. 이후 몇 달 동안 소설을 읽을 때마다 “머리가 뜨
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46
문장을 읽다가 의식을 잃고 구급차에서 깨어난 뒤에야 자신이 독서
간질이 있음을 깨닫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보통 책을 읽다가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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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을 느끼고 이어서 의식을 잃었다고 회상한다. 한 청소년은 쓰러지기
직전에 “한 단어에 꽂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글꼴에도 심미적인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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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이 있다. 한 여성은 타임스뉴로만체 같은 특정 글꼴을 보면 발작을 일
으켰지만 다른 글꼴로 적힌 같은 구절에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 위험한 글꼴로 적힌 글을 읽고 몇 분도 되지 않아 “목에 뭔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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