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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우울, 조증, 스트레스, 트라우마, 수면 부족, 그 밖의 심리적 부적응

           을 겪는 사람도 읽기를 어려워한다. 적절한 마음 상태는 책에 몰입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마음이 힘든 사람에게 책은 문제의 원인이자 치료제다. 존 스튜어

           트 밀 John Stuart Mill 은 우울할 때면 시를 읽으며 위안을 얻었던 것으로 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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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다.  이와 반대로 로버트 버턴         Robert Burton 의 《우울증의 해부 The Anatomy of
           Melancholy 》에서는 감수성 예민한 독자에게 “힘들어지거나 마음을 다치지
           않으려면” 증상 목록을 보지 말라고 경고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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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는 행위 자체가 치료 효과가 있다. 새뮤얼 존슨             Samuel Johnson 은 밤에 잠

           들지 못하게 방해하는 ‘검은 개’를 쫓아내기 위해 머리맡에 책을 뒀다.

           존슨에 따르면 이때 책은 ‘마음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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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을 관리할 수 없다면 애초에 책에서 안식을 찾을 수 없다. 검은 개가 곁
           에 있다면 책 읽기는 고사하고 책을 펴기만 해도 지친다. 앤드루 솔로몬

           Andrew Solomon 은 《한낮의 우울 The Noonday Demon 》에서 한때 독서광이었지만 이

           제는 잡지를 훑어보는 일조차 헤라클레스의 과업처럼 느껴졌다고 회상
           했다. 도서관은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했다. “집에는 읽을 수 없는 책이

           가득했다.”   33

               우울장애와 책 혐오의 상관관계는 역사가 길다. 오늘날의 우울장애

           와 상응하여 중세에는 정신적 무기력 상태를 가리키는 나태                 acedia (우울병이

           라고도 했다‐옮긴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이것이 수도사들에게 찾아오면
           성서에서도 위안을 얻지 못하는 증상이 주로 나타났다. 그래서 베네딕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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