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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베네딕트의 규칙서        Regula Benedicti 》에서는 원로 수도사 두 명을 임명

               해 “읽을 의지조차 없어” 형제들의 도움이 필요한 수도사를 돌보도록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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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읽기는 오랫동안 우울장애의 원인이자 증상으로 여겨졌다. 너무 많
               이 읽든 너무 적게 읽든 둘 다 건강에 위험 신호였다. 고대 의사들이 정신

               이 과로하면 우울해진다고 믿은 것처럼 현대 정신의학계의 우울장애 증

               상에도 읽기문제가 포함된다. 오늘날에는 환자가 읽는 내용을 따라가기

               어려워한다는 정반대 내용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35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안다면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이 더 힘

               겹게 느껴진다. 심리학자 스튜어트 서덜랜드             Stuart Sutherland 는 40대 중반에

               정신쇠약을 겪기 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읽기와 글쓰기를 하며 보냈다.

               하지만 그는 회고록에서 “생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너무 고통스러워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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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상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라고 썼다.  독서광이었던 사람에게 신
               문조차 읽을 수 없다는 것은 “몹시 고상한 고문”이나 다름없다.  가장
                                                                   37
               힘든 순간에 책에서 위안을 찾던 사람이 정신질환 때문에 읽기가 가장

               필요한 순간에 읽지 못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오랫동안 읽지 못하는 상
               태로 지내던 사람이 회복 단계에 들어서면서 다시 읽을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작가 맷 헤이그     Matt Haig 는 오랜 우울장애에서 벗어난 뒤 전에 없이

               강렬하게 몰입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서 책이 ‘필

               요한’ 사람으로 바뀐 셈이다.       38

                   정신건강은 읽기능력뿐 아니라 읽는 내용에도 영향을 끼친다. 대니
               얼 스미스   Daniel Smith 는 《원숭이의 마음 Monkey Mind 》에서 자신의 독서치료 경




                                                들어가며: 감춰졌던 ‘읽기’의 세계를 찾아서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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