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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한 감각”을 느끼고 나서 미동도 없이 몇 분이나 글자를 응시했다.  이
               여성에게 여러 가지 글꼴로 쓴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A Tale of Two Cities 》

               서문을 읽게 하고 뇌전도       electroencephalogram, EEG 를 측정하자 뇌의 전기 활동
               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차이가 글자 끝에 있는 세리프                 serif (로

               마자에서 획의 시작이나 끝부분에 있는 작은 장식 돌출선‐옮긴이) 때문이라고 설

               명했다.

                   앞서 설명한 여러 가지 사례는 정신건강이 문해에 끼치는 영향을 보
               여준다. 글이 아니라 마음이 문제라는 뜻이다. 뇌는 기호 해독부터 그 기

               호나 책 자체에 관한 느낌까지 등 문해의 모든 부분에 관여한다. 하지만

               뇌는 투렛증후군이나 강박장애처럼 읽기장애와는 관련 없어 보이는 질

               환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투렛증후군의 증상인 틱, 경련성 움직임, 소리

               내기는 사회생활은 물론 지적 생활에도 영향을 끼친다. 칼 베넷                 Carl Bennett
               은 의과대학에 다닐 때 투렛증후군이 있는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나타

               나는 강박 성향 때문에 과제조차 하기 어려웠다.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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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줄 한 줄 여러 번 읽어야 했어요.”  머릿속으로 문단을 대칭으로 정
               렬하고, 음절의 균형과 구두점의 비례를 맞추고, 글자가 나타나는 빈도

               를 확인하고, 단어나 구나 행을 반복해 읽어야 했던 탓에 술술 읽어나가

               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우연히 돌파구를 찾았다. 담배를 피우며 실내 사

               이클을 타는 동안에는 가끔 키득거리기는 했지만 틱 증상 없이 책을 읽

               을 수 있을 정도로 안정되었다.
                   베넷의 요령을 보면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도 특이한 독자 한 사람이




                                                들어가며: 감춰졌던 ‘읽기’의 세계를 찾아서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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