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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시각 외에도 촉각, 청각, 심지어 후각 같은 감각을 이용해 단어를

               해독할 수 있다. 문장을 쓸 때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영어, 현대 유럽

               어) 쓸 수도 있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아랍어, 페르시아어, 히브리어)
               쓸 수도 있으며, 좌우 교대 서법으로 방향을 번갈아가며(고대 그리스어)

               쓸 수도 있다. 특정 방향에 익숙하더라도 연습하면 어떤 방향으로든 읽

               을 수 있다. 읽기에는 따로 규칙이 없으므로 예외는 끝도 없다. 당신이

               무언가가 읽기의 필수 요소라고 한다면 나는 반례를 보여줄 수 있다.
                   이 책의 각 장에서는 난독증, 과독증, 실독증, 공감각, 환각, 치매 등

               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신경학적 질환을 다룬다. 하지만 신경다양

               성에 포함되는 우울장애        depressive disorder , 양극성장애 bipolar distorder , 뇌전증

               epilepsy , 투렛증후군 Tourette syndrome  등 다른 질환도 읽기에 드물지만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먼저 이 책에서 다루지 않는 신경학적ㆍ정신과적 질환이
               텍스트를 대하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설명하겠다. 분명히 말

               해두자면 이런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시간에 따라 점차 증상이 발

               현된 사람과, 질병, 부상, 외상성 사건 때문에 갑자기 혼란을 겪게 된 사
               람이다.

                   먼저 평생에 걸쳐 천천히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부터 살펴보자. 독서

               치료  bibliotherapy  분야에서는 읽기가 정신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널리 알렸

               다.  이 책에서는 반대로 정신건강이 읽기 또는 읽지 않기에 어떤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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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끼치는지 살핀다. 독서치료사들은 문학에 치료적 효과가 있다고 강조
               하겠지만 그런 치료법은 애초에 읽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다.




                                                들어가며: 감춰졌던 ‘읽기’의 세계를 찾아서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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