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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설명해준다.
읽기는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기술이며 굴절적응 exaptation (생물학적 특
질이 본래의 기능과 관계없는 새로운 기능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옮긴
이)과 신경가소성 neuroplasticity (뇌의 신경회로가 외부 자극 또는 학습을 통해 스스
로 회복하거나 구조적ㆍ기능적으로 재조직되는 능력‐옮긴이)이 준 선물이다. 인
지신경과학자인 매리언 울프 Maryanne Wolf 는 “우리는 읽도록 태어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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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인간의 뇌는 말하기와 마찬가지로 읽기를
위해 설계되거나 유전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읽기를 위한 보편적
인 설계도는 없다. 문해력을 갖추는 과정은 사람마다 당혹스러울 정도로
다르다. 내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 중에는 내 독특한 읽기 습관을 더 깊
이 이해하고 싶다는 소망도 있다. 나는 수년간 사람들의 읽기 습관에 대
해 이야기하고, 이 책을 쓰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읽는 모습을 관찰하며
특이한 읽기 사례를 수집했다. 그 과정에서 적어도 표준적인 읽기 방식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읽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놀랍게도 일찍이 이런 관점을 주장한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인 지크문
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 는 평범한 읽기가 아닌 과독 성향 때문에 문학계
와 관련 있는 인물이다. 프로이트는 신경학자로 경력을 시작했으며, 첫
번째 저서 《실어증 연구 On Aphasia 》에서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읽기 유형을
구분했다. 이 책이 그의 저서 중에서는 인문학자 사이에서 가장 덜 읽힌
책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들어가며: 감춰졌던 ‘읽기’의 세계를 찾아서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