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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쓰러졌다가 깨어난 뒤 혀로 글을 읽게 된 사람 같은 예외적인 사례

           에 주목하며 읽기라는 개념의 풍경을 다시 생각해볼 것이다. 이런 예외

           적인 사례(‘텍스트를 거슬러 읽기’보다는 ‘뇌를 거슬러 읽기’라고 할 수
           있다)는 관습적인 읽기를 할 수 없게 되자 대안적 읽기 방법을 고안한 수

           많은 사례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 책에서는 전형적인 독자(그런 것이 있다면)를 넘어서는 읽기를

           대담하게 탐색하며 난독증         dyslexia , 과독증 hyperlexia , 실독증 alexia 부터 공감각
           synesthesia , 환각 hallucination , 치매 dementia 까지, 다양한 신경질환 때문에 활자를

           접할 때 문제를 겪는 신경다양적 독자들의 증언을 되살린다. 우선 세 가

           지 읽기문제를 비롯해 몇 가지 진단명을 설명하겠다. 먼저 난독증이 어린

           이의 읽기 학습을 방해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후천적 문맹   acquired illiteracy 이나 단어맹 word blindness (지능이나 표현 언어는 손상되
           지 않았지만 문자를 인지하고 읽는 능력에만 문제가 생긴 상태‐옮긴이)으로 불렸

           던 실독증이 뇌졸중, 질병, 뇌 외상의 결과로 발생해서 글을 읽을 수 있었

           던 성인의 읽기능력을 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한
           편 과독증은 자폐스펙트럼장애와 관련된 증상으로, 말을 익히기도 전에

           단어를 해독    decoding (문자를 소리로 변환하는 정신적 과정으로, 개별 글자나 철자를

           알아보고 의미와 짝짓는 단발적인 과정‐옮긴이)하거나 이해             comprehension (읽은 내

           용을 조합해 전체 맥락을 파악하고 내용을 소화하는 종합적 과정‐옮긴이)하지도

           못하면서 책을 통째로 외우는 어린이가 보이는 조숙한 능력을 일컫는다.
               인지 cognition (감각적 자극을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처리하는 일련의 정신적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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