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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가 어디인지 알아내려 할수록 읽기라는 용어의 범위를 넓히는 예외

               적인 사례를 더 많이 발견할 뿐이다. 이 책은 예외적인 읽기 형태를 하나

               의 담론장으로 그러모아, 읽기의 시작과 끝을 정하려고 할 때 직면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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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움을 조망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서술할 다양한 행동은 물론 그 너
               머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할 새로운 활동들을 아우르는 하나의 스펙트럼

               으로서 읽기를 이해하고자 한다.

                   흥미롭게도 인문학자들조차 ‘읽기’라는 기본적인 말의 정의에도
               합의하지 못했다. 알베르토 망겔           Alberto Manguel 은 《독서의 역사 A History of

               Reading 》에서 “우리는 읽기를 만족스럽게 정의하지 못했지만 신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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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 계속 읽는다”라고 썼다.  읽기라는 행위는 너무 당연하게 이뤄지고
               있어서 그 의미를 따질 필요도 없어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속에

               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몰라도 어쨌든 잘 읽기 때문이다. 읽기는 철학
               자 대니얼 데닛    Daniel Dennett 이 말한 이해 없는 능력 competence without comprehen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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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대표적인 예다.  인지신경과학자들은 읽기를 뒷받침하는 신경 작용
               을 이해하지 못해도 읽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최근 마크 세이덴버그            Mark Seidenberg 는 “사람들은 자기

               가 어떻게 읽는지 모르면서도 잘 읽는다”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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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험상 문학평론가들도 자기가 어떻게 읽는지 모르면서도 아주 잘 읽는 것

               같다. 읽기 행위의 복잡성을 자각하지 못하는 이런 사람은 인지신경과

               학자 스타니슬라스 드앤        Stanislas Dehaene 이 말한 ‘과잉훈련된 독자 overtrained
               reader  ’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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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며: 감춰졌던 ‘읽기’의 세계를 찾아서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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