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P. 17
경계가 어디인지 알아내려 할수록 읽기라는 용어의 범위를 넓히는 예외
적인 사례를 더 많이 발견할 뿐이다. 이 책은 예외적인 읽기 형태를 하나
의 담론장으로 그러모아, 읽기의 시작과 끝을 정하려고 할 때 직면하는
10
어려움을 조망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서술할 다양한 행동은 물론 그 너
머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할 새로운 활동들을 아우르는 하나의 스펙트럼
으로서 읽기를 이해하고자 한다.
흥미롭게도 인문학자들조차 ‘읽기’라는 기본적인 말의 정의에도
합의하지 못했다. 알베르토 망겔 Alberto Manguel 은 《독서의 역사 A History of
Reading 》에서 “우리는 읽기를 만족스럽게 정의하지 못했지만 신기하게
11
도 계속 읽는다”라고 썼다. 읽기라는 행위는 너무 당연하게 이뤄지고
있어서 그 의미를 따질 필요도 없어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속에
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몰라도 어쨌든 잘 읽기 때문이다. 읽기는 철학
자 대니얼 데닛 Daniel Dennett 이 말한 이해 없는 능력 competence without comprehension
12
의 대표적인 예다. 인지신경과학자들은 읽기를 뒷받침하는 신경 작용
을 이해하지 못해도 읽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최근 마크 세이덴버그 Mark Seidenberg 는 “사람들은 자기
가 어떻게 읽는지 모르면서도 잘 읽는다”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 경
13
험상 문학평론가들도 자기가 어떻게 읽는지 모르면서도 아주 잘 읽는 것
같다. 읽기 행위의 복잡성을 자각하지 못하는 이런 사람은 인지신경과
학자 스타니슬라스 드앤 Stanislas Dehaene 이 말한 ‘과잉훈련된 독자 overtrained
reader ’라 할 수 있다.
14
들어가며: 감춰졌던 ‘읽기’의 세계를 찾아서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