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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물론 이웃 주민을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모
르는 사이 집 앞에 종이상자가 놓여 있는 것은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기분이 들어 괜히 무섭기도 하다.
“조금 무겁습니다.”
문 앞에서 수령증에 사인을 하자 남자는 서로의 신체가
너무 가까워지지 않도록 마스크 쓴 얼굴을 살짝 옆으로 돌
리면서 택배 상자를 건네주었다. 길이 약 30센티에 두께
로, 손바닥을 옆으로 펼쳤을 때 크기의 작은 골판지 상자
였다. 받아보니 역시나 묵직하다.
“고맙습니다!”
빙 돌아서 후다닥 계단을 내려가는 줄무늬 남자의 뒷모
습을 향해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방에 들
어와 셀로판테이프 끝에 손을 댔다. 찍, 하는 기분 좋은 소
리가 가에의 마음속 흥분점을 자극했다. 인터넷쇼핑으로
물건을 사는 일이 늘었다. 지금까지는 백화점이나 로드숍
을 뻔질나게 둘러보며 이러쿵저러쿵 제품들을 놓고 고민
한 뒤 선택했다면 요즘은 인터넷으로 뻔질나게 둘러본 다
음 이러쿵저러쿵 판단한 뒤 선택한다.
온라인이 편리하긴 하지만 결국 실물을 보는 것은 도착
한 이후다. 특히 옷은 컴퓨터나 스마트폰 화면으로 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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