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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좀처럼 도착하지 않았다. 혹여나 건물 입구 현관벨 소
           리를 듣지 못했을까 불안해지기 시작할 무렵 인터폰이 울

           렸다.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시각을 확인해보니 11시 57분.
             “네.”

             거실 벽에 설치된 도어폰의 통화 버튼을 누르면서 가에

           가 대답한다.
             “미나토 운수입니다.”

             현관벨이 울리면 자동으로 카메라가 작동해서 건물 입
           구를 비춘다. 화면에는 세로 줄무늬 유니폼 차림의 남자가

           한 손에 소포를 들고 서 있다. 가에는 버튼을 눌러 도어락
           을 해제했다. 택배 기다리는 시간에 해야지, 하는 생각으

           로 테이블 위에 펼쳐놓은 원고는 첫 페이지부터 전혀 진척

           이 없는 상태다.



             대학 시절 출판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해외에서 들

           여온 번역서를 주로 출간하는 부서였기 때문에 영문과를
           다니던 가에가 지원할 수 있었지만 하는 일은 대체로 책장

           정리와 우편물 발송 같은 잡무였다. 아주 가끔은 인쇄 전
           원고를 수정하는 보조 역할을 할 때가 있었다. 원문과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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