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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걸까.”
그런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아서일까요.
“앗.”
동그랗게 오므려놓은 크라프트 종이봉투의 가장자리가
녹색 캔 입구에서 삐져나와 원두가 쏟아지고 말았네요. 순
식간에 쏟아진 원두로 주방 테이블 위에 봉긋한 커피 언덕
이 생겼습니다.
“아, 이런.”
방금 전까지 진지하게 커피 향을 맡던 우아한 태도는 어
디로 갔는지 소로리는 얼굴을 찌푸린 채 발을 동동 구릅니
다. 한숨을 내쉬면서 쏟아진 커피 원두를 조심스럽게 숟가
락으로 떠서 식기 선반에서 꺼낸 작은 접시에 담습니다.
그런 소로리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운지 숲속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사각사각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소로리
가 얼굴을 들자 마치 신호를 받아들인 양 해가 지기 직전
노을의 붉고 따사로운 빛이 주방의 청록색 타일에 반사되
어 반짝입니다. 그 순간 오래되고 반질반질한 브라운톤 목
재들로 둘러싸인 가게 안이 부드러운 볕과 공기에 감싸 안
깁니다.
카페 도도는 카운터에 의자 다섯 개, 정원에 테이블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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