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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을 부정하는 마음이 너무 깊어서 처음에는 진단을 믿을 수
없었다.
몇 년 동안 나는 뒤러를 생각하며 서재 선반에 두개골을 올
려뒀다. 오랫동안 근무한 병원이 문을 닫고 다른 곳으로 이전
했을 때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한 두개골이다. 수술 연습용으
로 쓰인 것이 분명했다. 두개관에 천두술을 위한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었고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구식 외과용 톱으로 자
른 흔적도 있었다. 그것만 제외하면 귀 뒤에 있는 경유돌기(작
은 바늘 모양의 뼈)도 손상되지 않고 아주 깨끗한 상태였다. 두
개골을 다룰 때 부서지기 쉬운 부분이다.
암을 진단받고 나자 두개골을 보는 것이 더 이상 즐겁지 않
다. 결국 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에게 교육용으로 사용하도록
두개골을 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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