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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통계적 확률이나 유용성의 문제가 아니다. 희망은

                 마음의 상태이며 우리 뇌에서 마음의 상태는 곧 신체 상태다.

                 그리고 우리 뇌는 신체(특히 심장)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다정하고 희망적인 태도가 암을 치료한다거나 영원히 살게
                 해준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인간의 마음은 항상 모든

                 사건을 하나의 이유로 설명하려 하지만, 대부분의 질병은 여

                 러 가지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는 산물이다. 희망의 유무도

                 그중 하나다.

                   내 서재에는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16세기 독일 화가 알브
                 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의 판화 한 점이 걸려 있다. 성 예로니

                 모St. Jerome가 서재에 있는 장면을 그린 작품인데, 그림 속 아

                 름다운 중세 시대의 방에는 격자 천장이 있고 작은 크라운 유

                 리가 끼워진 커다란 창문을 통해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온다.

                 성 예로니모와 항상 함께 등장하는 사자도 책상 앞 바닥에서
                 자고 있다. 성 예로니모가 사자의 발에 박힌 가시를 빼내어 살

                 려주자 사자가 평생 그를 따랐다는 일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자 옆에는 충성심을 상징하는 개가 있다.

                   성 예로니모는 초기 기독교 교회의 사제다. 5세기 로마에

                 서 부유한 과부들이 그를 열렬히 추종했는데 한 과부의 딸이

                 그의 금욕 생활에 영향을 받아 거식증 비슷한 증상을 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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