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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오래 살고 싶어 할 필요가 없는지도 모른다.
사진 속 내 모습이 보기 싫어지는 나이가 되었다. 물론 해
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지고 과거보다 더 빨리 피곤해
지지만, 내가 느끼는 것보다 사진 속 나는 훨씬 더 나이 들어
보인다. 내 환자들도 그랬다. 그들의 뇌스캔에서 노화의 징후
를 보여주면 그들은 자신이 그렇게 늙은 것 같지 않다고 말한
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피부에 생기는 주름은 받아들이지
만 내면의 자아와 뇌에 생긴 주름은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방사선학 보고서에서는 이런 변화를 퇴행성이라고 부르는데
이 가혹한 형용사도 결국 노화와 관련된다.
인간의 뇌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서서히 줄어들다가 결국
뇌척수액에 동동 떠 있는 쪼글쪼글한 호두처럼 변한다. 이렇
게 뇌가 손상되면서 말과 행동과 생각이 느려지고 무언가를
잘 잊게 되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자신이 변화하고 있다고 느
끼지 않는다.
환자들의 뇌스캔에서 노화와 관련된 변화를 발견할 때마
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뇌의 한 부분을 제거하는 수술
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말에 영향을 쉽
게 받기 때문에 의사들은 아주 신중하게 말을 골라야 한다. 환
자들이 의사들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단어와 뉘앙스에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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