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만, 이것은 분명 코타르증후군 현상학의 일부다.

도서관을 떠나서 의과대학가로 나왔다. 그러고는 뒤돌아 ‘파리

데카르트대학교’라고 새겨진 돌기둥 위의 석판을 다시 한 번 바라
보았다. 데카르트의 이름을 딴 대학교에서 쥘 코타르를 연구한다

는 것이 흥미로웠다. 코타르의 이름을 딴 이 망상은 과연 데카르트
의 사상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코타르증후군 환자는 “나는 생각

한다, 고로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할까?

“‘신체적인 나’를 알고 있는 자는 누구인가? 나 자신이라는 상像

과 지속적인 정체감 sense of identity을 갖고 있는 자, 내가 적절하게 분

투하고 있음을 아는 자는 누구인가? 나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것들을 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위에서 이
9
것들을 다 조망하면서 파악하는 자는 누구인가?”

정말 누구인가. 미국의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 Gordon Allport가 남
긴 이 서정적인 사색은 인간이라는 가장 중요한 난제를 포착한다.
10
우리는 올포트가 말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상세하게 안다. 그것
은 우리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에는 있고, 잠들면 사라진다. 어쩌면

꿈에 다시 나타나려고 사라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우리가
소유하고 통제하는 몸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느낌이자 거기로부터

세상을 지각하는 느낌이다. 또한 첫 기억에서 상상할 수 있는 미래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