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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이나 기관이 사라졌거나 부패했다는 생각이나 죄책감, 저주
받았다는 느낌,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불멸불사할 것이라는 느낌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흥미로운 철학적 과제를 제기하는 것은 단연 ‘자신이 존
재하지 않는다는 망상’이다.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
의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Cogito ergo sum”는 최근까지
도 서양철학의 튼튼한 기반이 되어왔다. 데카르트는 마음과 몸의
분명한 이원론을 확립한 철학자다. 그에게 ‘몸’이란 물질세계의
것으로, 공간을 점유하고 시간에 따라 존재하는 것이다. 반면 마음
의 정수는 ‘생각 cogito’이었고, 그것은 공간으로 확장되지 않았다.
데카르트에게 생각이란 “감각으로부터 독립된, 명확하고 뚜렷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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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인식” 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철학자 토마스 메칭거
Thomas Metzinger에 따르면, 데카르트 철학의 함의는 “인간은 자기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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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에 들어 있는 내용에 관해서는 틀릴 수 없다” 는 것이었다.
이러한 데카르트의 사상은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해 환자들이 종
종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지 못하는 여러 병에서 사실이 아님이 드
러났다. 코타르증후군 역시 수수께끼다. 메칭거는 코타르증후군
으로 고통받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려면 철학자들이 말하는 이른
바 장애의 ‘현상학 phenomenology’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
자들은 그저 자신이 죽었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존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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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진술합니다.” 명백히 살아 있는 사람이 존
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이지
1장 |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