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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주 우울해했고, 자신이 죽었다고 믿기 시작했어요.
그녀가 겪은 정신적 충격이 워낙 크다는 걸 아니까 이상하게도 그
녀를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그녀는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했어요.”
제먼은 그레이엄의 증상을 살피고 진단을 내렸다. 진단명은 19
세기 프랑스의 신경학자이자 정신의학자였던 쥘 코타르 Jules Cotard
가 처음으로 발견한 ‘코타르증후군 Cotard’s syndrome’이었다.
파리 6구의 의과대학가를 걸어 내려가면 어마어마한 돌기둥들
이 보인다. 프랑스 네오클래식 건축의 빼어난 전형인 이 기둥들은
파리데카르트대학교(파리 제5대학교) 입구로 이어지는 주랑현관
이다. 18세기 후반 건축가 자크 공두앵 Jacques Gondouin이 설계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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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정면은 건축가가 의도 한 대로 눈길을 끌면서도 개방적이
고 사람들을 맞아들이는 느낌을 준다.
나는 희귀본 서고를 찾아 의과대학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쥘 코
타르의 생애에 관한 문서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의 친구이자 동료
였던 앙투안 리티 Antoine Ritti가 코타르 사후 5년쯤에 작성한 추도연
설문이었다. 코타르는 디프테리아를 앓던 딸을 헌신적으로 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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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그 역시 디프테리아에 감염돼 1889년에 사망했다. 코타르에
관해 우리가 아는 것 대부분은 이 추도문에서 나왔다. 책등에 ‘여
러 가지 전기들 MÉLANGES BIOGRAPHIQUES’이라고 간결하게 쓰여
1장 |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