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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생각하고 기억하는 것 등이 다 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제먼이 그레이엄에게 말했다.
“그레이엄, 당신의 정신은 분명히 살아 있어요.”
그레이엄이 답했다.
“그렇죠, 그렇죠. 정신은 살아 있죠.”
제먼은 한발 더 들어갔다.
“정신은 뇌와 많은 관련이 있지요. 정신이 살아 있다면 뇌도 분
명 살아 있어요.”
그러나 그레이엄은 미끼를 물지 않고 이렇게 받아쳤다.
“아뇨. 내 정신은 살아 있지만 뇌는 죽었어요. 그때 욕조에서 이
미 죽었다고요.”
제먼은 나에게 말했다.
“자기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증거가 눈앞에 있는데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더군요.”
그레이엄이 ‘뇌가 죽었으니 나는 죽은 존재’라는 명백한 망상을
키워왔다는 사실에 나는 아주 놀랐다. 죽음의 법적 정의에 뇌사가
포함되지 않던 시대였다면 그의 망상이 다르게 받아들여졌을까?
제먼은 여태껏 환자들을 진료해오면서 자신이 죽었다고 주장하
는 사례는 딱 한 번 봤다고 했다. 1980년대 중반, 수련의 시절 영국
바스에서의 일이었다. 장기간에 걸쳐 대장 수술을 여러 번 받은 여
성 환자가 심각한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었다. 거듭된 수술로 그
녀의 몸은 피폐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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