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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과 그 나라에서 사람들끼리의 신뢰에 관한 질문이었다. 그녀를

                    완전히 얕잡아보았다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졌지만 나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인터뷰를 이어갔다. 마지막 질문을 던질 차례였다.

                      “지금 어느 정도 행복하신가요? 1부터 10까지의 등급으로 표현

                    해주세요.”
                      “1요.”

                      “5년 후에는 어느 정도 행복하실 것 같나요?”

                      “1요.”









                      숫자에 관해 의심하기 시작한 건 2012년의 이 인터뷰 기간 동안

                    이었던 듯하다. 그전까지만 해도 나는 평범한 숫자 소비자였다. 신

                    문을 읽거나 뉴스를 시청할 때 수치로 이해했다. 계량경제학 학위
                    를 밟는 동안 과제를 해결하려고 담당 교수한테서 수치로 가득 찬

                    파일을 건네받거나 세계은행 같은 기관의 웹사이트에서 공식 데이

                    터를 다운로드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미리 준비된 스프레드시트가 없었고 스스로 데

                    이터를 수집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때 박사 과정 1년 차였던 나와

                    숫자는 한 몸과 같았다. 하지만 후아니타와 대화를 나누고 나서 수





                                                                머리말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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