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P. 17
망과 그 나라에서 사람들끼리의 신뢰에 관한 질문이었다. 그녀를
완전히 얕잡아보았다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졌지만 나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인터뷰를 이어갔다. 마지막 질문을 던질 차례였다.
“지금 어느 정도 행복하신가요? 1부터 10까지의 등급으로 표현
해주세요.”
“1요.”
“5년 후에는 어느 정도 행복하실 것 같나요?”
“1요.”
숫자에 관해 의심하기 시작한 건 2012년의 이 인터뷰 기간 동안
이었던 듯하다. 그전까지만 해도 나는 평범한 숫자 소비자였다. 신
문을 읽거나 뉴스를 시청할 때 수치로 이해했다. 계량경제학 학위
를 밟는 동안 과제를 해결하려고 담당 교수한테서 수치로 가득 찬
파일을 건네받거나 세계은행 같은 기관의 웹사이트에서 공식 데이
터를 다운로드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미리 준비된 스프레드시트가 없었고 스스로 데
이터를 수집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때 박사 과정 1년 차였던 나와
숫자는 한 몸과 같았다. 하지만 후아니타와 대화를 나누고 나서 수
머리말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