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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도입한 최저임금 815볼리비아노보다 크게 낮았다. “돈을 더 달

                 라고 하면 잘릴까 봐 두려워요. 저는 카르피타carpita에 살아요.” 카

                 르피타라는 단어를 받아 적었지만 뜻은 몰랐다. 나중에 사전을 찾

                 아보니 텐트라는 뜻이었다.

                   마침내 행복과 소득 불평등 사이의 관계라는 내 연구 주제의 핵
                 심에 다다랐다. 이전에 나는 로테르담에 있는 에라스무스대학교의

                 11층에 있는 연구실 책상에서 파워포인트로 도표 다섯 개를 작성

                 해두었다. 각각 상이한 소득 분포를 나타낸 도표였다. 볼리비아에

                 서 연구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나는 이 도표를 활용한 소득 불평등

                 에 관한 질문을 모두에게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인

                 터뷰했던 시장 상인들은 그 도표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물

                 며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후아니타가 이 질문을 이해하리라고 기

                 대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도표 질문은 건너뛰기로 했다.

                   다시 인터뷰를 진행하려는데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볼리비
                 아의 문제가 뭔지 아세요?” 그러고선 앉은 자세를 꼿꼿이 하더니

                 말을 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너무 많고 부자들은 너무 적어요.

                 게다가 이 간극은 계속 커지고 있고요. 이 나라에선 누구도 다른 사

                 람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랍지도 않답니다.”

                   무심결에 그녀는 내가 작성한 도표 A를 설명해버렸다. 더군다나

                 내가 하려고 했던 다른 두 질문에도 답을 해버렸다. 미래에 관한 전





                 18      위험한 숫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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